아침 산행을 마친 후 도서관에 올라갔다.

요새 관심이 가는 다석 관련 서적을 훑어볼 요량이기도 했지만,
출근을 늦추고 나를 위한 시간을 내기로 맘 먹은 이상 빠질 수 없는 코스이기도 하다.
취업하랴 시험보랴 공부에 바쁜 사람은 바지런바지런 움직이고,
나같은 곰탱이는 도서를 대여하는 열람실에 조용히 자리잡는다.
헌데 도서관에서 좀 높아 보이는 인간들이 하나둘 열람실에 모여 소리높이 떠들어댄다.
도서관에서 조용하는 건 기본 아닌가 ?
도서관에서 일하는 높은 사람이라는 것이 ... 하여간 하여간이다.
암튼 저 개자식들은 위세로 짖고 있지만 난 내 일 보러 왔을 뿐, 책을 쌓아놓고 대강 훑었다.

다석의 깊고 넓은 사상을 과연 인류가 아로 새길 지야 모르겠다만,
더군다나 내가 훑어 알아 먹을리 만무하지만,
귀일 一이라는 개념, 이거 하나를 이해해 보기로 했다.

하지만, 짐승의 수성이라는 탐진치(貪瞋痴)에서 벗어나지 못한 나는,

살아서 살아 지내고
죽어서 죽어 지내야지,

살아서 죽어 지내고
죽어서 살아 지낸다면

그건 또 무언가 싶다.

한 쌍의 조상이라도 짝짓기에 실패했다면 이루어지지 않았을 나는,
시작도 없고 끝도 없고, 모자람도 없고 남음도 없는 자리에서 온 나는,

받은 사랑 사람의 도리를 다하고,
받은 그릇 고이 잘 간직하고 사용해서
태어나기 전으로 돌아갈 뿐이라 생각한다.

김영갑님의 '그 섬에 내가 있었네'빌려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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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와 사용자가 서로에게 갖는 느낌의 차이점

-개발자가 갖는 사용자에 대한 느낌

요구사항을 정확하게 표현하지 못한다.

처음에는 요구사항이 없다가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나면 요구사항이 늘어난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요구가 많다.

기술을 잘 모른다.

자신의 기존 시스템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를 떠넘기려 한다.

프로젝트가 완료되어가는 시점에서 관련 없는 추가주문을 한다.

요구사항을 들어주지 않으면 개발자가 실력이 없다고 한다.

-사용자가 갖는 개발자에 대한 느낌

납기를 잘 못 맞춘다.

90% 정도 해결하고 10% 남았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90%가 남아있기도 한다.

주인의식을 가지고 심각하게 일하는 것 같지 않다.

기술적인 용어만 늘어놓고 사업성을 고려하지 않는다.

커뮤니케이션에 적극적이지 않다.

실력이 없는 건지 기술적으로 무조건 안 된다고 하거나 오래 걸린다고 한다.


역지사지의 입장이라는 것은 요즘 내가 가장 주의를 기울이는 분야다.
인간은 논리적이라기 보다 감정적이고 이기적이라는 것을 잊지 않는 편이랄까 ...

동물로 치자면 비교적 아주 긴 세월동안(대략 30년?) 보호를 받아야하는 인간은
다른 이의 관심과 애정을 필요로 한다는 것도 잊지 않고 있다.

누구나 자신이 듣고 싶은 이야기,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
자신이 바라는 것이 중요하지 네 입장이나 네 사정을 들으려고 앉아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
가장 가까운 사이 - 가족, 연인, 친구 - 가 아닌 사업적인 관계나 사회에서 만난 사이에는 더욱 그렇다는 것.

내 화법이나 시야의 편협함을 인정해가고 있는 듯하다.

'대한민국 개발자 희망보고서'는 토종 개발자의 입장에서 요모조모 살펴본 내용이라
구구절절 공감이 가고 필요한 부분을 많이 느낄 수 있었다.
아무래도 우리 정서에 맞는 부분도 많고 ...

게중 말토시 하나하나 가슴에 와 박히는 말들은 위의 내용이다.
어쩜 저리들 똑같은지 ... ㅎㅎ

상대방이 가장 원하는 것, 그것을 경청하고 말하는 것이다.
'내가 너라면 ...' 하는 시야를 바닥에 두고 대하는 것이다. 

상대방이 원하고 관심있는 것을 충족시켜준다면
상대방도 내가 원하고 관심있는 것을 충족시켜준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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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사는 돈을 아까워해서는 안되겠지만 요즘 책값이 약간 부담스럽다 느끼는 경우가 많고, 한 번 읽고 다시는 펴보지 않을 책을 사들여 쌓아두는 것도 만만치 않아 집 가까운 시립도서관을 자주 들러봅니다. 새로 나온 여러 분야의 책, 더이상 찍어내지 않는 오래된 책을 찾아보기에 큰 불편이 없고 그만 하면 산책로에도 부족함이 없는지라 세금 내는 보람이 있군 하는 생각을 ...

그런데 보고 싶은 책이 대출중이거나 대출기간을 지나 반납하지 않는 친구들이 종종 있어 하루에도 몇 번씩 도서검색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꼭 급하게 볼 필요도 없으면서 저는 왜 이리 안달이 나서 퉁얼퉁얼대는지 ... 먹지도 않을 먹거리를, 금방 놀다 싫증낼 장남감을 사달라는 어린놈같은 모냥입니다.

여럿 회사 그만 두게했다는 이 책, '가슴 두근거리는 삶을 살아라'는 그런 이유로 조바심이 나서 서성대다 서점에 나가 당장 사온 책입니다.

처세/경영 어쩌구 이름 지어진 코너에 꽂힌 책들은 다 뻔하다고 느끼는, 하기 어려운 거 꼭 하라구 하구 이래라 저래라 말장난 같다는 인식이 있기는 했지만 자기계발서 종류를 읽어보면 자신에 대해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되고, 무언가 균형을 잡아보려는 시도를 하게 되어 가끔 눈이 가게 됩니다.

무엇을 할 때 가장 행복했지 ?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열중한 때가 있었던가 ?
재능과 기술이 없더라도 의욕이 마음속에서 우러나는 그런 일이 있었던가 ?

어릴 적 기억부터 거슬러 그런 물음에 대해 떠오르는 것을 노트에 쭉 적어보았습니다.

정말 이런 것을 하고 살면 행복하겠다, 요렇게 저렇게 살면 참 신나겠다, 하는 상상속에
컴터 앞 의자에 비스듬이 앉아 책을 읽으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었습니다.

음 ... 이런 것두 좋아하는군. 상상놀이.

꿈을 이루며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살지 못하는 제일 큰 이유는 돈이라고 사람들은 말합니다.
큰 돈이 있으면 이래저래 하고 싶은 것을 맘껏 할 수 있고, 시간두 나니까 ... 그러면 내가 좋아하는 걸 하고 살 수 있을꺼야, 하고 ...

뭐 많이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꿈을 이룬다는 것은 사치품이 아니고,
재능과 기술이 중요하지 않은, 마음속에 열정이 있으면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변명하지 말고 작은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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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날 때마다 짬짬이 읽은
혼자 빙긋 웃다가 가슴 짠해 슬퍼하기도 하고 ...

오랫만에 정성들여 읽은 위화의 '허삼관 매혈기'중에
가장 좋아하는 부분을 옮깁니다.


이날 밤, 식구들이 모두 침대에 누워 있을 때 허삼관이 아들들에게 말했다.

"너희들이 지금 제일 하고 싶은 게 먹는 거라는 거 나도 안다. 밥에다 기름에 볶은 반찬 ...... 고기며 생선이며 하는 것들이 먹고 싶겠지. 오늘이 내 생일이니까 너희들도 같이 즐거워야겠지. 설탕을 먹었어도 뭔가 또 먹고 싶다는 거 내 안다. 뭐가 또 먹고 싶으냐 ? 까짓 내 생일인데 내가 조금 봉사하지. 내가 말로 각자에게 요리 한 접시씩을 만들어 줄 테니 너희들 잘 들어라. 절대 말을 하거나 입을 열면 안 된다. 입을 열면 방귀도 못 먹는다구. 자 다들 귀를 쫑긋이 세우고. 그럼 요리를 시작하지. 뭘 먹고 싶은지 주문부터 해야지. 하나씩 하나씩, 삼락이부터 시작해라. 삼락아 뭘 먹고 싶니?"

"옥수수죽은 다시는 마시고 싶지 않아요. 밥을 먹고 싶어요."

"밥은 있는 걸로 하고, 요리 말이다."

"고기요."

"삼락이는 고기가 먹고 싶단 말이지. 자 그러면 삼락이에게는 홍소육 한 접시다. 고기에는 비계하고 살코기가 있는데, 홍소육이면 반반 섞인 게 제일 적당하지. 껍데기째로 말이야. 먼저 고기를 썰어서 손가락만큼 굵게, 손바닥 반만큼 크게 ...... 삼락이에게는 세 조각을 ......"

"아버지, 네 개 주세요."

"그럼 삼락이에게는 고기를 네 조각 썰어서 ......"

"아버지, 하나만 더 썰어 주세요."

"넌 네 개만 먹어도 배가 꽉 찰 거야. 너 같은 꼬마가 다섯 개를 먹으면 배 터져 죽는다구. 자 우선 고기를 끓는 물 속에 넣고 익히는데, 이때 너무 익히면 안 돼요. 고기가 익으면 꺼내서 식힌 다음 기름에 한 번 볶아서 간장을 넣고, 오향을 뿌리고, 황주를 살짝 넣고, 다시 물을 넣은 다음 약한 불로 천천히 곤다 이거야. 두 시간 정도 고아서 물이 거의 쫄았을 때쯤 ...... 자 홍소육이 다 됐습니다. "

허삼관은 아이들의 침이 꼴깍 넘어가는 소리를 들었다.

"뚜껑을 여니 고기 냄새가 코를 찌르는구나. 자 젓가락을 들고 고기 한 점 집어 입에 넣고 ......"

허삼관은 침 삼키는 소리가 갈수록 선명해지는 것을 느꼈다.

"삼락이 혼자 삼키는 소린가 ? 내 귀에는 아주 크게 들리는 것이 일락이, 이락이도 침을 삼키는 것 같은데? 당신도 침을 삼키는구먼. 잘 들으라구. 이 요리는 삼락이한테만 주는 거라구. 삼락이만 침을 삼키는 것을 허락하겠어. 만약 다른 사람이 침을 삼키면 그건 삼락이의 홍소육을 훔쳐먹는 거라구. 다른 사람들 요리는 나중에 만들어 줄 테니까 그러지들 말라구. 먼저 삼락이가 먹게 하고, 나머지 사람들 요리는 따로 만들어 줄게. 삼락이 잘 들어라 ...... 한 점을 입에 넣고 씹으니까 맛이 어떠니? 비계는 느끼하지 않고, 살코기는 보들보들한 것이 ...... 내가 왜 약한 불로 곤 건지 아니 ? 맛이 완전히 스며들게 하기 위해서야. 삼락이의 홍소육은 ...... 삼락아, 천천히 먹도록 해라. 자 다음은 이락이. 넌 뭘 먹고 싶니 ?"

"저도 홍소육요. 전 다섯 개 썰어 주세요."

"좋았어. 이락이에게는 다섯 점을 썰어서 살코기와 비계를 반반으로, 물에 넣고 삶은 다음, 식혀서 다시 ......"

"아버지, 형하고 삼락이가 침 삼켜요."

"일락아."

허삼관이 꾸짖었다.

"아직 네가 침 삼킬 차례가 아니잖아."

그러고는 요리를 계속했다.

"이락이 고기 다섯 점을 기름에 볶아서, 간장을 뿌리고, 오향을 ......"

"아버지, 삼락이가 아직도 침을 삼켜요."

"삼락이가 침 삼키는 건 자기 고기를 먹는 거야. 네 고기가 아니잖아. 네 고기는 아직 다 안 됐잖니 ......"

허삼관은 이락이의 홍소육을 만들어 준 다음 일락이에게도 같은 질문을 했다.

"일락이는 뭘 먹을래 ?"

"홍소육요."

허삼관은 기분이 약간 상했다.

"세 놈이 죄다 홍소육을 먹겠다니 ...... 왜 좀더 일찍 말하지 않고. 일찍 말했으면 한꺼번에 만들잖아. 그러면 한 번에 끝나고 ...... 자, 그럼 일락이에게 고기 다섯 점을 썰어서 ......"

"전 여섯 점 주세요."

"일락이에게는 여섯 점을 썰어서, 고기와 비계를 반반으로 ......"

"고기는 빼 주세요. 전부 비계로 해 주세요."

"반반으로 해야 맛있는 거야."

"전 비계만 먹고 싶어요. 고기에 살이 하나도 없는 걸로 먹고 싶어요."

이락이와 삼락이도 함께 소리쳤다.

"우리도 비계를 먹고 싶어요."

허삼관은 일락이에게 비계로 된 홍소육을 만들어 준 뒤 허옥란에게 붕어찜을 요리해 주었다. 붕어에다 훈제 고기, 생강, 버섯을 함께 넣어 소금을 살짝 바르고 황주를 뿌린 뒤 잘게 썬 파를 얹어서 한 시간 정도 익힌 후에 뚜껑을 여니 맑은 향기가 방 안에 가득히 ......
허삼관이 눈에 선하게 만들어 낸 붕어찜은 방 안 가득히 침 넘어가는 소리를 자아냈다. 그러자 허삼관이 아들들을 꾸짖었다.

"이건 너희 엄마를 위해서 만든 건데, 너희들은 침을 왜 삼켜? 고기를 그렇게 많이 먹었으면 이젠 자도록 해라."

마지막으로 허삼관은 자기가 먹을 돼지간볶음을 만들었다.

"돼지 간을 먼저 잘게 썰어서, 아주 작게 썰어 가지고 사발에 우선 담은 다음, 소금을 뿌리고 얼레짓가루를 입힌다고. 얼레짓가루가 돼지 간을 신선하게 유지시켜 주거든. 그 다음에 황주 반 잔을 뿌리는데, 황주는 돼지 간 냄새를 없애 준다고. 그리고 파를 잘게 썰어 얹고나서 솥의 기름이 충분히 데워져 김이 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돼지 간을 기름에 넣고 한 번, 두 번, 세 번 뒤집어 ......"

"네 번, 다섯 번, 여섯 번 ......"

일락, 이락, 삼락이가 허삼관을 따라서 계속 볶아 대자 허삼관이 아들들을 말렸다.

"안 돼. 세 번만 뒤집으면 된다구. 네 번부터는 굳어진단 말이야. 다섯 번부터는 질겨져서 여섯 번 볶으면 이젠 씹을 수조차 없게 된다구. 세 번만에 간을 끄집어 내서 천천히 먹기 시작한단 말씀이야. 황주 두 냥을 따라서 먼저 한 모금 마시면, 술이 목구멍을 타고 내려갈 때 뜨거운 기운이 확 느껴지는 게 마치 뜨거운 수건으로 얼굴을 씻을 때처럼 후끈하단 말씀이야. 에에, 이 황주는 또 장을 깨끗이 씻어 주는 역할을 하지. 그러고 나서 젓가락을 들어 돼지 간 한 점을 집어다가 입에 넣고 ...... 카, 이게 바로 신선놀음이로구나 ......"

방 안은 군침 도는 소리로 가득했다.

"이 돼지간볶음은 내 요리다. 일락이, 이락이, 삼락이, 그리고 당신까지 다들 내 요리를 훔쳐먹고 있는 거라구."

허삼관이 기분 좋게 큰소리로 웃어 댔다.

"그래, 오늘은 내 생일이니까 ...... 자, 다들 내 돼지간볶음 맛을 보라구."


내가 누군가에게 읽힐 수 있는 문장이라면
예전의 나는 대충 이런 모습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일단 그런 것들에 대해서 생각하기 시작하자 역겨운 느낌이 치밀어 올랐다. 그것은 갑작스럽고 무의식적인 반응, 급격하게 솟구치는 메스꺼움이었다. 나는 내가 그런 것들을 조금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그것을 모두 거부했다. 내가 위기를 넘기고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을 고의로 버린다는 것을 익히 알면서도 완강하게, 경멸하듯 그런 것들을 거부했다. 그때부터 나는 실제로 나 자신을 돕기 위해 아무 일도 하지 않았고 손가락 하나 꼼짝하려고 들지 않았다. 내가 왜 그런 짓을 했는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그 당시에 나는 셀수도 없이 많은 이유를 꾸며 냈지만, 결국 따지고 보면 그것은 절망 때문이었을 것이다. 나는 절망감에 빠져 있었고, 그처럼 큰 격변에 직면해서 어떤 극적인 행동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나는 세상에 침을 뱉고 싶었다. 할 수 있는 가장 무모한 짓을 하고 싶었다. 생각을 너무 많이 하고 너무 많은 책을 읽은 젊은이의 모든 열정과 이상으로 나는 내가 해야 할 일이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이라고 결정했다. 내 행동은 여하한 행동도 취하지 않으려는 투쟁적인 거부로 이루어질 것이다. 그것은 심미적인 목적으로까지 고양된 허무주의였다. 나는 내 삶을 예술 작품으로 만들 셈이었다. 절묘한 패로독스로 나 자신을 희생시킴으로써 내가 들이쉬는 모든 숨결로 나 자신의 운명을 음미하는 법을 배울 셈이었다.-폴 오스터, 달의 궁전 중에서


그런 우스운 어린 시절로부터
참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지금의 나는 자라고 있는 것일까 ?
나는 변화하고 있는 것일까 ?

숙취인지, 밤샘의 곤함인지 잘 모르겠지만
멍한 상태에서 폴 오스터, 달의 궁전을 뽑아들고
한 장 한 장 읽어 나갔다.

폴 오스터의 출간된 책은 다 읽은 것 같은데
그 내용이 조금도 기억나지 않는다는 것이 신기하다.

나는 한 번 읽고 두 번 읽을 필요가 없는 책을 잘 버리는 편인데,
두 번 읽을 필요가 없는 책은 한 번도 읽을 필요가 없다는 말에도 동의한다.

아무튼 나는 이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정리정돈이 필요한 것 같다.
내 주위의 모든 것,
내 주변에 일어나는 모든 일에 대한
정리정돈이 필요한 것 같다.

나는 자라고 있는 것일까 ?
나는 변화하고 있는 것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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